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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머리에

 이 책은, 「악상」의 골간(骨幹)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악상 해석과 표현(musical interpretation)」을 위해서는 반드시 알고 있지 않으면 안 되는 '음악 어법(프레이징, 아티큘레이션, 뒤나믹 등)'에 대한 해설서입니다{※ 음악 어법 ☞ 본문 p.15, <악상과 음악 어법>, ※ '뒤나믹(Dynamik)'은 강약법(强弱法)을 의미하는 독일어 용어입니다.}. 피상적인 설명에 그치지 않고 음악 어법의 근본을 밝힘과 아울러 구체적인 예(악보)를 통하여 실제적이고 피부에 와 닿는 이해가 가능하도록 열(熱)과 성(誠)을 다했습니다. 그리고 눈높이를 가능한 한 초보 친구들의 수준에 맞추어 이해하기 쉽도록 저술하려 애썼습니다.

 음악을 연주하는 데 있어서 연주법(테크닉)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악상 해석과 표현」에 대한 능력이 바로 그것입니다. 악보를 읽고, 곡의 악상을 스스로의 힘으로 해석하고 그 해석한 바를 적절하게 표현해 낼 줄 모른다면, 기껏해야 음반이나 다른 사람의 연주를 흉내나 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한마디로 말해서 연주라 할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그림을 그대로 베낀 것을 작품이라 할 수 없듯이.

 (발성기관을 악기로 하는 성악을 포함하여) 악기를 배우는 것이란 구체적으로 말해 '음악'과 '연주법(테크닉)', 이 두 가지를 배우는 것을 의미하는데, 둘 중에서도 핵심은 바로 음악입니다. 테크닉이란 음악을 연주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며, 연주하고자 하는 그 본질은 어디까지나 음악인 것입니다. 흔히 「악보에 충실하다」고 하는 것은 바로 기록된 '음악' 그 자체에 충실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며, 이는 곧 악상 해석과 그 표현에 있어서 충실함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악상 해석과 표현」이란 악기를 공부하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가장 중요한 기본이라 하겠습니다. 연주가가 되기 이전에 먼저 음악가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악기를 배우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악상 해석과 표현」에 대한 수업(修業)은 시작되어야 합니다. 이를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자신이 연주할 곡의 의미를 모르고서는 그것을 연주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뜻도 모르고 시를 읊는다면 그것은 앵무새 놀음일 뿐입니다. 연주란 음표를 틀리지 않게 「타이핑」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라는 생명체를 되살려 내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악상 해석과 표현」에 있어서의 기본이라 할 음악 어법, 즉 프레이징 아티큘레이션 뒤나믹 아고긱 등을 통괄하는 실질적인 그리고 제대로 체계를 갖춘 이론서란 음악사(音樂史)상 사실상 전무(全無)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므로, 배우려 하는 악기의 종류를 불문하고 대다수의 음악도들은 오랜 기간의 체험을 통해 감각적으로 조금씩 알아 가는 것을 이에 대한 ― 음악 어법에 대한 ― 유일한 학습 방편으로 삼고 있는 형편입니다. 훌륭한 선생님을 만난 소수의 행운아들을 제외하고는 말입니다. 대개의 학습자들은 왜 그리해야 하는지 그 이유조차 모르는 채, 무조건 다른 사람의 연주나 선생님의 연주를 모방하는 것을 (음악 어법에 대한) 학습 방법의 전부로 알고 있는 실정인 것입니다. 음악의 본질에 대한 것은 도외시한 채 악기를 「타이핑」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초보 친구들에게 베풀어지는 레슨의 전부인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문리(文理)를 깨닫듯, 어쩌다 악상의 문맥(文脈)을 읽는 법을 우연히 깨닫게 되면 그것이 바로 천부적 재능의 발로인 양 여기고들 합니다.

 그러나 저자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악상의 문맥(文脈)을 읽어 내는 능력이란 결코 천부적 재능을 가진 친구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초보 과정에서부터 능히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가능한, 그래서 누구든지 그러한 능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일 뿐입니다. 과거 한때 가르치는 일에 열중했었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만, 당시 저자는 막 입문한 친구들에게조차 「악상 해석과 표현」에 대한 것을 중시(重視)하여 가르쳤었으며, 이후 초·중·상급의 과정 내내 연주법에 못지 않게 악상 해석과 표현에 대해 비중을 두는 레슨 방식을 견지했었습니다. 그러한 경험이 실증해 주었던 것입니다, 악상 해석과 표현에 대한 능력이 결코 천부적 재능을 가진 친구들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저자는 문득문득, 지난 시절 「악상 해석과 표현」의 기법에 대해 가르쳤었던 교수 내용들을 한 번 정리해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했습니다. 그러던 중 이에 대한 변변한 참고 도서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을 알게 되자 마침내 그러한 생각을 실행에 옮기기로 마음먹게 되었으며, 이 책이 바로 그 결과물입니다. 말하자면, 이 책은 지난 시절 저자가 초·중급 수준의 학습자들을 상대로 가르쳤었던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비록 초·중급자를 위한 책이긴 합니다만, 「악상 해석과 표현」이라는 연주의 본질적 영역을 다루는 책으로서 여러모로 미흡한 구석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초석(礎石)을 놓아야 할 일인 것이며, 부족한 부분은 후학들에 의해 점차 보완될 것이라는 믿음이 저자가 이 책의 저술과 관련하여 느끼는 당장의 부끄러움과 마음의 부담을 덜어 줍니다.

 대부분의 음악 이론서들은 건반악기를 전공한 이들에 의해 저술되어 온 것이 사실입니다. 피아노 등의 건반악기용 악보 예를 위주로 하는. 하지만, 본 저자는 기타리스트입니다. 따라서 이 책은 클래식 기타 음악도의 시각에서 쓰여진 것이며, 그래서 악보 예 중에는 기타 악보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 해서 다른 악기류나 성악 등을 전공하는 친구들이 이용하지 못할 까닭은 없습니다. 피아노 전공자에 의해 쓰여진 이론서라 해서 다른 악기 연주자가 이용하지 못할 까닭이 없듯. 악기의 종류를 불문하고 음악의 본질은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일반 음악도들이 기타(guitar) 악보를 별로 소장하고 있지 않음을 감안하여 이 책에 제시된 악보 예 중 기타 악보에 한하여 그 대부분의 전곡 악보를 권말(卷末)에 별도로 첨부해 두었습니다.

 악보 예로 기타 악보가 많이 제시되어 있는 점이 흠이 될 리도 없습니다. 오르간이나 피아노가 「작은 오케스트라」라는 별칭을 가졌듯 기타 역시 「작은 오케스트라」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악기이며, 클래식 기타 음악은 여느 건반악기의 음악에 못지 않게 친숙한 음악이기도 합니다. 또한 기타 악보는 높은음자리표의 보표만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낮은음자리표로 된 보표에 익숙하지 않은 친구들에게는 보다 읽기 쉬운 장점도 있습니다. 물론, 건반악기로 기타 악보를 연주하기란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 적어도 이 책에 사용된 악보 예에 한해서는 그렇습니다. 기타는 음색과 터치의 천변만화가 가능해서 어떤 악기로도 흉내 내기 어려운 폭넓고 다채로운 표현적 세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타 음악은 그러한 표현적 세계를 수용하며 음악사와 함께 발전해 온 장르(genre)입니다. 기타 음악도가 아닌 독자께서는 이 기회에 기타 음악에도 관심을 가져 보심이……. 파가니니, 슈베르트, 베를리오즈 등, 많은 음악가들이 그랬듯이 기타 음악을 통해 풍부한 음악적 영감을 얻게 될 것임을 장담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이 음악에 매료된 많은 친구들에게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도움이 되기를 소원해 마지 않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삼가 모친(韓誠實)의 영전에 바칩니다.

 2005년 10월  잔메에서  저자  신현수.

 http://www.musicnlife.com

 

   참고로, 이 책의 원고 교정 기간 중 악기를 취미로 하거나 전공하는 몇 분을 선정하여 원고의 사본을 읽게 한 후, 과제곡을 주어 각자 스스로 그 악상을 해석하게 하는 시험을 했었습니다. 이 책이 명실상부(名實相符)한 가치가 있는 책인지 사전 검증을 하는 데는 그 이상의 방법이 없음을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시험의 결과가 어떠했는지를 굳이 밝히지는 않겠습니다. 독자께서 직접 체험하게 될 것이므로. 사후에 신원을 밝히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임을 전제로 했었으므로 시험에 참여해 주신 분들의 성함을 거론할 수는 없으나, 귀한 시간을 내어 각자 성의를 다해 주신 데 대하여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