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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보54는 통상적으로 흔히 그리하듯 큰악절을 8마디로 간주하고 마디 수를 기준으로 악절을 구분한 예입니다. 그리하여, A(a + b + a' = 세도막 형식) + B(c + c') + A(D.C.에 의한 반복)의 겹세도막 형식으로 분석해 놓았습니다(※ ☞ 아래, 참고: 겹세도막 형식과 트리오).

　하지만 이러한 분석 방법은 그리 신뢰할 만한 것이 못됩니다. 사실을 이야기하자면, B부분은 그 전체(16마디)가 하나의 큰악절입니다. 이 부분은 작은악절이 (4마디가 아닌) 8마디의 길이로 되어 있습니다. 아래 악보55에서 보듯 제25 ~ 28마디는 으뜸화음(I)만으로 일관하고 있어서 작은악절(프레이즈)로서 필히 갖추어야 할 마침꼴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 4마디만으로는 프레이즈가 될 수 없으며, 제31 ~ 32마디의 반마침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프레이즈로서의 문법적 요건을 갖추게 됩니다. 이와 같은 경우에서 보듯 마침꼴(마침법)이란 악절 구분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표식(表式)이라 하겠습니다.

　다음으로 b부분은 두 개의 작은악절로 되어 있긴 하나, 아래 악보55에서 보다시피 두 작은악절이 모두 반마침으로 되어 있어서 큰악절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음이 눈에 띕니다.

　즉 b부분은 (큰악절이 아닌) 반마침의 작은악절로 끝나고 있으며, 이는 흔히 경과부(Transition)에서 보게 되는 마침의 형태입니다. 그런데, (큰악절은 항상 바른마침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세도막 형식에서의 두 번째 도막만은 종종 이와 같은 경과부 성격의 반마침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 부분은 경과부로도 또는 세도막 형식에서의 두 번째 도막으로도 해석이 가능합니다.

　이 곡에 대하여 위 악보55에서는 A(a+b+a'의 세도막) + B(c) + A(D.C.에 의한 반복)의 겹세도막 형식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경과부(b)를 론도 형식(☞ 아래, 참고: 론도 형식)에서의 삽입구(Episode)로 간주하여 아래 악보56과 같이 A(a) + B(b) + A'(a') + C(c) + A(a) + B(b) + A'(a')의 론도 형식으로 보아도 무방합니다. 론도 형식에서의 삽입구 역시 그 말미(末尾)를 반마침으로 하여, 다음 악절(주제)의 도입을 위해 그 문을 열어 놓는 예가 많습니다.

　a 및 a'는 테제(Thesis)와 안티테제(Antithesis)의 구분이 없이 전체가 하나의 프레이즈로 되어 있는데, 이러한 프레이즈를 독립 작은악절(Independent Phrase)이라 하며, 이와 같은 규격(?) 밖의 큰악절을 통칭(統稱)하여 '대리큰악절(Period Substitutes)'이라 합니다. 그리고, 큰악절 c는 큰악절의 그것에 합당하지 않은 못갖춘 바른마침(비독립적 마침 ☞ p.55)으로 끝나고 있어서 종결감이 미흡합니다(악보55). 이러한 큰악절 역시 '비독립적인 큰악절(☞ p.55)'의 일종입니다. 비독립적인 큰악절은 곡이 해당 악절에서 완전히 끝나지 않고 계속되는 구성일 때 보게 됩니다. 아래 악보57은 곡의 마지막 큰악절을 제외한 나머지 큰악절이 모두 못갖춘 바른마침으로 되어 있는 비독립적인 큰악절의 예입니다.

참고: 론도 형식 ☜ p.62

     론도 형식(Rondo Form)이란 A―B―A―C―A―D···와 같이 주제(A)가 세 번 이상 되풀이되는 형식을 말합니다. 그중에서도 A―B―A―C―A―B―A나 A―B―A―C―A는 전형적인 론도 형식으로, 전자와 같이 주제가 네 번 되풀이되는 것을 '큰 론도 형식' 그리고 후자와 같이 주제가 세 번 되풀이되는 것을 '작은 론도 형식'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주제(A)는 큰악절 하나로 되어 있을 수도 있고 두도막 또는 세도막 형식의 곡으로 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론도 형식에서 주제 사이에 삽입되는 주제 이외의 부분을 삽입구(Episode)라 합니다. 즉 B, C, D···는 삽입구에 해당합니다.

참고: 겹세도막 형식과 트리오 ☜ p.60, 217

     겹세도막 형식(compound ternary form)이란 전체가 세 부분(도막)으로 나뉘는 형식의 곡으로서, 전체 세 부분 중 한 부분 이상이 2개 이상의 큰악절로 이루어져 있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가장 작은 규모의 겹세도막 형식은 이를테면, 「A(2개의 큰악절) ― B(하나의 큰악절) ― C(하나의 큰악절)」와 같이 세 부분(도막) 중 하나가 2개의 큰악절로 되어 있는 경우가 되겠습니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 각 부분이 두도막 형식 또는 세도막 형식으로 되어 있는 예가 많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부분은 첫 번째 부분을 재현하는 A ― B ― A(또는 A')의 구성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 같은 구성일 때, 제1부(A)는 제시부, 제3부(A 또는 A')는 재현부라 부르기도 합니다.

     겹세도막 형식의 곡에서 제2부(B)는 트리오(Trio, 삼중주)라고 하는데, 그 연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바로크 시대에는 겹세도막 형식으로 된 무곡(춤곡)의 제2부가 흔히 3성부로 정형화되어 이를 3개의 목관악기에 의한 3중주로 연주했었습니다. 3개의 목관악기란 2개의 오보에(oboe)와 1개의 바순(bassoon)을 말합니다. 이로부터 트리오(Trio)라는 명칭이 유래하게 된 것이며, 그리하여 겹세도막 형식을 「Song-Form and Trio」라 부르기도 합니다.

     겹세도막 형식에서의 제2부, 즉 트리오(Trio)는 대개 그 조성(調性, tonality)이나 느낌이 제1, 3부와 대조를 이룹니다. 제1, 3부가 장조로 되어 있다면 트리오는 단조로 되어 있다든지 또는 딸림조나 버금딸림조로 되어 있는 등. 그리고, 제1, 3부가 남성적이라면 트리오는 여성적인 분위기로 되어 있는 등등.

     세도막(3부분)형식의 원리가 확립된 것은 고전파 시대이며, 그 이후로 이는 모든 형식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단, 고전파 시대 이후로 겹세도막 형식의 트리오(Trio)에 대한 3성 서법은 쇠퇴해 버리고 단지 '트리오(Trio)'라는 그 이름만 남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3성부로 되어 있건 말건 관계없이 겹세도막 형식의 중간 도막(부분)은 트리오라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