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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핑을 표현하는 기법의 다양함

 

 그루핑을 위해서는 그룹 간 음의 연결을 단절하는 것이 가장 쉽게 떠올리게 되는 방법이겠지만, 앞서 살펴본, 스타카토 등 음의 끊김새를 달리하는 유니폼은 물론이거니와 그 밖에도 악센트, 터치(touch), 음색, 뒤나믹(Dynamik), 템포·루바토(tempo rubato) 등에 의해서도 그것이 가능합니다. 다시 말해서 악센트, 터치, 음색, 뒤나믹, 템포·루바토 등의 수법에 의해서도 아티큘레이션이, 경우에 따라서는 프레이징까지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 p.137, 참고: 템포·루바토). 특히 리만(Hugo Riemann ☞ p.78, 참고: 리만)의, 아티큘레이션과 관련하여 앞으로 거론하게 될 리만의 그루핑에 대한 개념은 후자에 의존하는 바가 큽니다만, 그러한 기법들이 상황에 따라 (case-by-case로) 하나하나 단독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연주에 있어서 그루핑의 기법이란 매우 다양할 뿐만 아니라, 그 다양한 기법들이 통상 복합적으로 구사되어 그루핑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게 됩니다. 미묘한 뉘앙스를 필요로 하는 그루핑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그와 같은 기법들이 실제 그루핑의 기능을 하게 되는 원리에 대해서는 이하 이 책의 적절한 곳에서 적절한 방법으로 설명하게 됩니다(※ 관련 내용 ☞ 아래 악보62, 악보63, p.122의 악보95.f, p.137의 보기25, p.162의 악보136, p.195의 악보173, p.197의 그림3, p.249의 악보219).

 이미 이야기한 바 있듯, 언어에도 다양한 그루핑이 존재합니다. 짧게는 하나의 음절을 구분하는 그루핑에서부터 단어, 구, 절, 그리고 길게는 문장이나 문단을 구분하는 그루핑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그와 같은 그루핑을 표현하는 기법 역시 매우 다양해서, 비단 발음을 단절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말의 속도(아고긱, 루바토)나 억양, 강약(뒤나믹), 악센트, 어감(음색과 음질) 등에 변화를 주는 방법 등등이 있습니다. 유아기에는 음절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를 끊어서 또박또박 말하지만, 성장하여 달변으로 변하게 되면 온갖 (그루핑의) 기법을 구사하게 됩니다. 어쨌거나 아무리 달변을 쏟아 낼지라도 우리는 음절과 단어 구 절 등을 잘 식별하여 알아듣습니다. 왜냐하면, 그 다양한 그루핑의 기법에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그루핑의 기법 역시 말과 음악은 서로 상통하는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하겠습니다.

                                            

 악보62는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제2번 중 샤콘느(※ ☞ p.205, 참고: 바흐의 샤콘느)에서 인용한 것입니다만, 테누토에 의하여 그루핑함으로써 동기적 음형(motivic note-pattern ☞ p.124, 참고: 동기와 동기적 음형)의 반복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악보62,  표시 부분). <※ 샤콘느의 기타용 편곡 악보와 곡 해설을 저자의 홈페이지 자료실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

 

                     악보62. 테누토에 의한 그루핑 ― 바흐의 샤콘느, 기타용 편곡

 

     ※ 원칙에 따라 이 곡 첫머리의 못갖춘마디는 제외하고 그 다음 마디부터 마디 수를 헤아렸습니다. 그러나 편의상 ― 일일이 그러한 원칙을 밝혀 두기가 번거로우므로 ― 첫머리의 못갖춘마디를 첫째 마디로 하여 마디 수를 표시해 놓은 음악 서적이나 악보도 없지 않습니다.

 

음색을 이용한 그루핑

 기타(guitar)에는 그루핑에 있어서 남달리 강력한 수단이 있습니다. 다양한 음색(timbre)이 바로 그것입니다. 기타는 음렬 중 어떤 음에 대해서도 즉각적으로 음색을 달리할 수 있는 마법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구사할 수 있는 음색의 종류도 다양할 뿐만 아니라 매우 극단적인 음색의 대비도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 오르간 피아노 바이올린 플루트 등, 그 어떤 악기로도 흉내 낼 수 없는 특징인 것입니다. 기타 이외에는 오로지 오케스트라만이 그것이 가능합니다. 그러므로 기타는 음색에 의해 그루핑(프레이징이나 아티큘레이션)을 표현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역시 바흐의 샤콘느에서 인용한 악보63은 음색을 이용하여 그루핑하기에 적절한 예를 보여 줍니다. 소프라노 성부에 나타나는 테누토()로 그루핑된 동기적 음형(motivic note-pattern)은 제216마디에서부터 제223마디까지 동일한 형태를 유지하며 반복되는데, 음색을 달리하여 연주하면 ― 이를테면 이 (소프라노 성부의) 동기적 음형만 금속성의 음색으로 연주하면 ― 매우 효과적으로 일관성을 유지하며 드러낼 수 있습니다. 이 동기적 음형이 베이스에서 (4분음표 길이로) 리듬이 확장된 형태로 그리고 소프라노와는 반진행으로 응답됩니다. 메조·스타카토()로 그루핑된 음형이 바로 그것입니다.

 

                 악보63. 음색을 이용한 그루핑 ― 바흐의 샤콘느, 기타용 편곡 악보

 

 참고로, 악보63에서 검은색의 음표들은 선율성의 음렬들입니다. 잘 음미해 보면 바흐 음악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루핑이, 연속된 일련의 음들 사이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패시지에서의 특정 위치의 음 사이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음을 살피기 바랍니다(예: 로 표시된 음들).

 기타는 레가토가 매끄럽지 못한 반면, 음색에 있어서 오케스트라에 견줄만한 비교 우위의 강점을 가진 악기입니다(※ ☞ 아래, 참고: 악기에 따른 레가토의 차이). 그러므로 기타 음악에 있어서의 구문적(構文的) 어법은 아무래도 음색에 많이 의존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특성은 바흐 음악과 같이 구문적 구조가 마치 건축물을 연상케 하듯 정교하고도 복잡한 대위법적 다성(多聲)음악을 연주할 때 그 진가가 더욱 돋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