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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율적 아티큘레이션에서의 여린내기 그룹과 센내기 그룹

 지난 제102페이지 보기8에서와 같이 여린박으로 시작되는 그룹을 '여린내기 그룹(upbeat group)'이라 합니다. 그런데, 센내기의 곡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여린내기의 곡에서도 곡의 문맥에 따라서는 센박으로 시작되는 '센내기 그룹(downbeat group)' 역시 생겨날 수 있습니다(보기16).

 

                                 보기16. 센내기 그룹(downbeat group)

                                                   ※ 4박 계열의 제3박은 센박입니다.

 

 갖춘마디로 시작하는 곡의 첫째 마디 제1박은 리듬음절이 아니면 센내기 그룹일 수밖에 없습니다(보기16.a). 연결할 상박이 없는 하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b, c, d, e, f). 그리고 여린박 다음에 쉼표가 뒤따르거나(c', d'), 센박 뒤의 여린박이 센박보다 긴 음표로 되어 있는 음렬(b, e, f) 역시 센내기 그룹의 타당성을 뒷받침합니다. 음가가 짧은 음을 뒤에 오는 긴 음에 연결하는 것이 서양음악의 자연스러운 어법입니다. 이 경우, 여린박은 싱커페이션(syncopation)으로 강세를 가진 박일 수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f의 점2분음표는 여린박과 센박이 붙임줄(tie)로 연결된 것()과 같습니다. 게다가 음가도 월등히 길어서 사실상 음악적 문맥에 따라서는 제1박의 음과 강세가 역전된 경우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 해서 f가 여린내기 그룹으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센내기 그룹인 것입니다. 음악에서의, 악센트에 의한 운율이나 운율 패턴(foot)은 박자(meter) 고유의 악센트를 골격으로 하기 때문에 그 밖의 물리적 강세 변화에 의해 그 성격이 센내기에서 여린내기로 또는 그 역으로 뒤바뀌는 일은 없습니다(※ ☞ p.263 참고: 운율적 악센트와 물리적 악센트).

 리만은 여린내기가 원칙이라고 주장했으나 그와 같은 생각은 사실상 무리한 것이며, 작곡가의 착상(着想, idea) 자체가 센내기인 경우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아래 슈베르트의 자장가는 시(가사)가 강약격(trochee)의 센내기 운율로 일관하고 있으며, 따라서 멜로디 역시 그에 맞추어 강약격의 리듬으로, 강약격의 그루핑이 마땅한 형태로 시종일관합니다(악보83). 리만의 주 연구 대상이었던 베토벤 등 비인 고전파의 음악에서조차 센내기의 악구가 만만치 않은 양에 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예로부터 영시에 주로 사용되어 온 운율이 여린내기, 그중에서도 약강격(iamb)이라고는 합니다만, 센내기의 운율을 바탕으로 하는 시구(詩句)도 물론 존재합니다.

 보기17. 강약격(Trochee)의 시구 : Lífe is bút an émp·ty dream.

 보기18. 강약약격(Dactyl)의 시구 : Táke her up tén·der·ly.

 

              악보83. 센내기 운율, 강약격(trochee)의 시와 노래 ― 슈베르트의 자장가

                        ※ 「」는 프레이즈(앞작은악절)의, 「」는 큰악절의 끝을 나타내는 표시입니다.

                        ※ 원곡은 Ab장조이나, 악보 읽기가 쉽도록 G장조로 조옮김하였습니다.

                            잘 자라 잘 자라 노래를 들으며,  옥같이 어여쁜 우리 아가야.

 

 더구나 1600년 이전의 서양음악에서는 사실상 여린내기의 예를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여린내기적 성향의 음악 양식은 바흐로 대표되는 바로크 시대 이후에 정착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바로크 고전파 낭만파 음악이 서양음악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음이 사실이므로 여린내기를 서양음악의 보편적 성향으로 간주하게 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어쨌거나, 리만의 여린내기 일변도의 주장에 무리가 있다 해도 그것이 문제될 것은 없는 것이, 그의 이론을 통해 다만 운율적 아티큘레이션의 정체성을 파악하고 그 그루핑의 원리를 통찰하는 것으로 족하기 때문입니다. 여린내기 일변도의 주장에 연연(戀戀)할 것은 없습니다. 음보(foot)에 준하는 그루핑의 요령에 있어서는 여린내기이든 센내기이든 다를 것이 없으므로.

 참고로,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는 대개 장단단격(dactyl)의 운율로 되어 있습니다. 호머(Homer, BC 800? ∼ BC 750년경)의 대서사시 일리아드(Iliad)와 오디세이(Odyssey) 역시 그렇습니다. 그러나 모음의 길고 짧음에 의한 고대 그리스나 라틴 시의 운율은 산문(散文)의 악센트와는 별개의 것입니다(아래 보기19).

 

                 

                   보기19. 산문의 악센트와는 별개인 고대 그리스 시의 운율

                               ※ 출처: Harvard Dictionary of Music, 1970, by Willi Ap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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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잖이 긴 글을 읽으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여기까지입니다, 책(「악상 해석과 표현의 기초 ― 프레이징, 아티큘레이션, 강약법에 대하여)을 구입하시기 전에 웹 페이지로 보여 드릴 수 있는 부분은. 책을 쓰는 것은 제 생계가 걸린 직업인지라, 다 보여 드릴 수 없는 것이 유감입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2006년 3월 5일. 저자 신현수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