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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의 내용:

  1. 손가락 길이와 기타 연주와의 상관관계
  2. 손가락 관절의 명칭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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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가락 길이가 짧은 기타 연주자들의 경우, 손가락 길이가 긴 사
람들을 부러워 하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이라 하겠습니다.  하지만, 
세상사가 대개 그렇듯 좋은 것과 나쁜 것이 하나에 공존하는  경우
가 많습니다. 동전의 양면처럼 말입니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
게 마련이고, 어쩌면 장점 그 자체가 상황에 따라 단점일 수  있고 
단점은 또한 그 자체로 장점일 때도 있음이 자연의 이치라 할까요. 
이를테면, 음식물을 썩게 하고 우리몸에 병을 일으키기도 하는  부
패균만 해도 그렇습니다. 만일 부패균이 없었다면 천지창조 이후로 
이 지구상에 존재했던 모든 생물의 시체가 전혀 썩지 않고  여기저
기 채곡채곡 쌓여 있어서 지표 상에는 그야말로 시체들로 인해  발 
디딜 틈조차 없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자연계는 그 순환의 고리
가 형성되지 못하여 지구상의 모든 유기물질이 고갈된 채 더  이상 
새 생명이 탄생하는 일도 없어져버린 지 오래 되었을 것이고요. 아
니, 애초에 박테리아 수준 이상의 생명체가 생겨날 리 없었을 것이
라는 견해가 옳을 듯합니다.

  필자는 손가락 길이 역시 그러한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
니다. 손가락 길이가 길면 우선 왼손운지에 유리한 측면이  많음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손가락이 길면 그만큼 팔 길이도  길  것이고 
두뇌에서 손가락까지의 거리도 멀다는 사실 또한 간과해서는  안됩
니다. 이러한 사실은 왼손운지와 오른손 탄현에 있어서 불리한  측
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체에서 신경섬유를 통한 신경 Pulse의 
전달은 전기 장치에서의 그것과는 그 근본 원리가  달라서  상당히 
전달속도가 느린  편입니다. 인체에서의 신경 신호의 전달은  다음
과 같이 하여 이루어집니다. 세포막 밖의 Na(+)이온과 세포막 내의 
Cl(-) 및 K(+)이온 간의  전위차를 막전위라  하는데,  신경세포가 
자극을 받게 되면 세포막의 이온에 대한 투과성에  변화가  일어나 
이 막전위의 차이가 순간적으로 역전되는 원리에 의하여  신경세포
단위로 전달되어 가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보다 자세한 지식을
원하시는 분은 해부생리학, 운동생리학, 뇌신경학 등에 대한  서적
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때 신경섬유의 굵기에 따라 전달 속도에 차이가  생기는데, 가
장 빠른 신경섬유에서의 전달속도가 초당 120m정도이고 가장  느린 
(가느다란) 신경섬유에서는 고작해야 초당 50cm(※ 미터가  아니라 
센티미터입니다)밖에 안됩니다. 그러니, 두뇌에서 손가락까지의 거
리는 생체  운동 역학 상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되는 것입니다. 알레
그로 4/4박에서 16분음표 간의 시간적 간격이 약 0.1136초밖에  되
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보십시오. 헤비급 권투 선수의  몸동작이 
플라이급의 그것에 비해 매우 굼뜬 이유 중에는 이러한 신경계  길
이의 차이로 인한 신경신호 전달속도의 저하도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손가락이 길면 왼손의 확장운지에는 유리하겠지만, 왼손
운지에 있어서의 반사속도나 수축운지 등에서는 오히려 불리할  것
이며  오른손가락의 탄현 동작 역시 그에 못지 않게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손가락 길이가 긴 연주자들이 알페지오나 스케일을 빠르
게 연주하기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경향이 있음이 이러한 사실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해서, 장단점을 모두 고려하고 보면 어느 쪽이 유리할 지는 장담
할 수 없는 형편이 되어버립니다. 그러니 정작 유리한 쪽은 손가락 
길이에 마음쓰지 않고 가장 지혜롭게 그리고 가장 진지하게 그리고
가장 열심히 연습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겠네요. 말하나마나한  소
리라고요?  헛! 헛! 헛!

  췌사 한 마디 더 덧붙인다면... 필자 역시 필자보다 손가락 길이
가 짧은 사람을 거의 찾아 보기 힘들 정도로  손가락 길이가  짧은
편입니다만, 손가락 길이가 짧아서 왼손 운지에 곤란을 겪는  경우
는 거의 없습니다.  왼손 운지법에 대한 테크닉이 정교하다면 대개
의 경우 손가락 길이는 그리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혹시
손가락 길이가 엄청 길어야만 연주할 수 있는 고약한 곡이 있다 해
도 그러한 곡은 애시당초 연주하지 않으면 그뿐인 것입니다.  손가
락 길이가 짧은 사람이 평생 동안 오로지 기타만  연주한다 할지라
도 그 백분의 일도 채 연주할 수 없을 엄청난 양의 연주 가능한 명
곡들이 즐비한데 뭣하러 구태여 그러한 심술궂은 곡을 골라서 연주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손가락에 대한 말이 나온 김에...손가락 마디에 대한 명칭에  대
하여 몇 말씀 드리기로 하겠습니다. 기타 교본에 따라서는  손가락 
마디의 명칭을 손가락 뿌리로부터 세어 제 1,2,3관절로 표기해  놓
은 것도 있고 반대로 손가락 끝으로부터 뿌리쪽으로 세어 제 1,2,3
관절로 표기해 놓은 것도 있어서 학습자들에게 종종  혼란을  불러 
일으킵니다. 이에 대하여 필자가 컴퓨터 통신을 통해 학습자들로부
터 질문을 받은 적도 여러 번 있습니다. 차제에 이에 대한  명확한 
견해를 밝혀둘까 합니다.

  일반적으로 인체 각 부위에 대한 순서적 호칭은 근위(Proximal : 
몸의 중심에 가까운 위치)에서부터 원위(Distal) 쪽으로 첫째,  둘
째, 셋째...하고 세어야 합니다. 이는 일반적으로 해부학에서 사용
되고 있는 원칙이며 관례입니다. 그러므로 손가락 뿌리로부터 세어 
제 1,2,3관절 또는 첫째 둘째 셋째관절로 부르는 것이 바른 방법이
라 하겠습니다 (아래 그림 참조).  반대로 손가락 끝 부분(Distal)
에서부터 첫째 마디로 세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용어나 명칭은 그
표준이 되는 규약에 따라야 합니다. 만일 각 분야마다 제각기 따로
명칭을 만들어 사용한다면 혼란만 야기될 것이니까요. 한글 code만
해도 그것을 제각기 만들어 사용하는 바람에 얼마나 엄청난 범국가
적 손실을  초래했었습니까.



  참고로, 1990년 4월 1일 대한해부학회에서 발간한「해부학 용어」
집에서의 손가락 마디뼈에 대한 명칭은「첫마디뼈(Phalanx proxima
-lis), 중간마디뼈(Phalanx media), 끝마디뼈(Phalanx distalis)」
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해부학적인 용어 규칙에 따라  손
가락 뿌리 부위에서부터「첫째 마디, 둘째 마디, 셋째 마디」로 부
르거나 또는「첫마디, 중간마디, 끝마디」로 이름해도  무방하겠지
만, 그 이외의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
고 엄지손가락 관절의 해부학적인 명칭은 기타의 경우와는 좀 다릅
니다. 해부학적으로는 엄지손가락관절이 2 개밖에 없기때문입니다.
그런데, 편의상 기타에서는  엄지손목손바닥관절(拇指手根中手關節
Carpometacarpal joint of the thum)을 엄지손가락 첫째관절로  간
주하여 3 개의 관절로 이름붙이는 것입니다.

  필자는 '기타 연주/음악 이론/작곡' 등을 잘 알려져 있다시피 완
전히 독학했습니다 (필자가 자란 마산에서는 필자보다 앞서 클래식
기타를 전공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선생님이 있을 리가 없었습니
다). 

  그러던 중,  언제부터인가 (아마 20대 중반쯤부터였을 것입니다)
기존의 기타 연주법에는 납득할 수 없는 점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
닫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기타 테크닉에 대해서 의문점이 생길
때마다 해부학에 대한 공부를 통해  그 해답을 얻으려 애썼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냥 교본에 기술된 대로
따랐었습니다만.「악기를 연주하는 주체가 사람인 이상에는 해부생
리학적인 원리에 기초하고 있지 않은  연주법(테크닉)이란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연주행위를 하는 진정한 주
체는 우리의 정신인 것이며 육체와 악기는  그 수단이며  도구라는
관점에서 볼 때, 정신과 육체 그리고 악기 -  이 세 가지에 음악을
더한 것이 모든 테크닉의 근본 이유가 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
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쓴 글에는,  특히 테크닉에 대해 쓴
글에는 해부학적인 용어가 부지불식간에  사용될 경우가  많습니다
만, 연주가 - 특히 피아노나 기타 연주가에게는 해부학적인 공부가
어쩌면 꼭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참고로 제가 공부했던 해부학 분야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었습니다 - 인체해부학, 생체역학, 운동생리학, 기능해부학,  골절
정복, 운동치료학, 뇌신경학, 계통해부학 등. 그러나, 본격적인 해
부학도로서의 공부라기보다는 연주기능과 관련된 사항에 치중한 공
부였기 때문에 피상적이고 편협된 면이 없지 않을 것입니다.  아마
해부학도의 입장에서 본다면 유치한 수준에 지나지 않을런지도  모
르겠습니다. 아무튼, 제가 독학으로  큰  오류 없이 테크닉에 대한
진척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해부학적인 지식이  처음부터
끝까지 도움이 되어 주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덕분에 오랜 세월동안, 오른손을 꺽어서 소위 '척외 수직자세'로 
연주하던 국내 기타인들로부터 오른손 자세가 좋지 않다는  비난을 
들어 왔었습니다. 대부분의 국내 기타인들이 오른손을  척측외향으
로 꺽어서 연주하는 기형적인 자세를 지난 수십년간 고수해 왔었음
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아직도 정보(?)에 어두워 대부분의 기존 
기타교본에 실려 있는 잘못된 사진들을 모범으로 하여 그러한 자세
를 택하고 있는 학습자가 없지 않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  하
겠습니다. 필자는 예나 지금이나 오른손 탄현 자세는 변함없이  현
재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역설적이게도  예전에 비난 받았던 그 자
세가 지금은 모범적인 자세로 간주됩니다.

  행복한 하루가 되십시오.
  김해에서 synn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