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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이론 잠깐 엿보기

 프레이징과 아티큘레이션 중 먼저 프레이징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만, 그리하기 위해서는 화성학을 비롯한 약간의 이론적 지식이 필요합니다. 해서, 프레이징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음악 통론 및 화성학적 이론을 잠깐 엿보기로 합니다. 주요3화음과 버금3화음, 「이동 도법에 의한 화음 이름」과 「고정 도법에 의한 화음 이름」, 조바꿈 등에 대하여 웬만큼 익숙한 친구들은 이 항을 건너뛰어 곧바로 제51페이지의 <프레이징(phrasing)이란>항으로 옮겨 가시기 바랍니다. 이 항에 설명되어 있는 내용은 (작곡을 공부하는 친구가 아닌) 연주에만 관심을 가진 친구들일지라도 반드시 이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할 음악적 상식에 해당합니다. 조금도 어렵지는 않으니 긴장할 것은 없습니다.

 

 

이름과 계이름

 우리 친구들은 악보를 읽을 때, 대개 「도, 레, 미···」로 음을 읽을 것입니다. 이는 이태리·프랑스식의 음이름입니다. '음이름(pitch names)'이란 각 음에 붙여진 고유의 이름을 말합니다. 조성(調性, tonality)과 관계없이 진동수 440Hz의 음은 언제나 라(A)이며, C(다)장조에서도 G(사)장조에서도 오선의 두 번째 줄에 걸린 음은 '솔(G)'이라는 고정된 음이름을 갖습니다. 우리나라 말로는 음이름을 「다, 라, 마, 바, 사···」로 부릅니다만, 실제로 우리말 음이름을 사용하는 예는 매우 드뭅니다. 이태리·프랑스식 이외에 현재 영·미식 음이름도 널리 통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영·미식 음이름 정도는 필히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악보3).

 

                                 악보3. 음이름

 

 ‘계이름(syllable names)’이란 어떤 조(調, key)의 옥타브를 구성하는 음 중에서 으뜸음은 항상 '도(Do)'로 간주하고 나머지 해당 음계의 각 음을 순서대로 「레, 미, 파···」로 부르는 식의, 음계에서의 각 음의 상대적인 위치를 나타내는 식의 명칭을 말합니다(악보4). 즉, 그 음이름이 무엇이건 상관하지 않고 으뜸음()은 무조건 '도' 버금딸림음()은 '파', 딸림음()은 '솔'···과 같은 식으로 부릅니다. 이를테면 오선의 두 번째 줄에 걸린, 음이름이 '솔(G)'인 음을 C(다)장조에서는 '솔', G(사)장조에서는 '도'라고 부르는 식입니다. 이른바 「계이름부르기(階名唱, solmization)」는 바로 음표를 계이름으로 부르며 노래하기를 일컫는 말입니다. 단음계에 있어서는 으뜸음의 계이름을 주로 '라'로 하지만, 장음계와 마찬가지로 '도'로 하기도 합니다.

 

                                          악보4. 음이름과 계이름

 

 이태리·프랑스식의 음이름(도, 레, 미 ···)은 음이름인 동시에 계이름으로도 사용됩니다. 반면, 영·미식 음이름(C, D, E, F···)이나  우리말 음이름(다, 라, 마, 바···)은 음이름으로만 사용됩니다.

 온음계에 대한 기능적인 별칭인 「으뜸음(tonic), 버금딸림음(subdominant), 딸림음(dominant)···」이나 순서적 별칭인 「Ⅰ, Ⅳ, Ⅴ···」의 로마숫자는 계이름의 일종입니다(악보5).

 

                         악보5. 온음계에 대한 순서적 별칭과 기능적 별칭

 

 

동 도법과 고정 도법

 악보 상의 음을 읽는 방법으로는 음이름으로 읽는 방법과 계이름으로 읽는 방법이 있습니다. 전자(음이름으로 읽기)를 '고정 도법(fixed Do)'이라 하며, 일반적으로 악보를 읽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후자(계이름으로 읽기)를 '이동 도법(movable Do)'이라고 합니다.

 통상적으로 악보를 읽을 때는 주로 음이름에 의한 '고정 도법'을 사용하지만, 시창(sight-singing)이나 화성 분석 등에는 '이동 도법'이 편리합니다. 적어도 조성 음악에서는 그렇습니다. 「도, 레, 미···」로 읽는 이동 도법은 온음계에 대한 순서적 별칭(로마숫자)이나 기능적인 별칭(으뜸음 버금딸림음 딸림음···)과 별도의 번역 과정을 거칠 필요 없이 곧바로 연결됩니다. 온음계에 대한 순서적 별칭이나 기능적인 별칭 또한 계이름(階名)의 일종이기 때문입니다. 이들 순서적 별칭이나 기능적인 별칭으로 온음계의 각 음을 나타내는 방법을 음계도(音階度, scale degrees)라고 하는데, 이는 다름아닌 이동 도법의 근간인 것입니다.

 그러나, 조바꿈(轉調, modulation ☞ p.44, 조바꿈)이 매우 빈번하거나 또는 아예 조성이 없는 무조성(無調性)의 곡까지 성행하는 현대적인 음악을 다룰 때에는 시창이든 화성 분석이든 음이름에 의한 '고정 도법'이 주로 사용됩니다.

 악기를 연주할 때에는 음이름에 의한 고정 도법으로 악보를 읽으면 됩니다. 하지만, 고전 음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조성 음악에 대한 이해나 화성 분석 그리고 시창 등을 위해서는 이동 도법에도 익숙해지는 것이 좋습니다. 각 조의 음계 연습곡을 연습할 때 이를 겸사겸사 이동 도법을 익히는 기회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고정 도법으로의 시창조차도 이동 도법으로의 시창 능력을 바탕으로 하여 가능해지는 것이며, 이동 도법을 익혀 두면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될 때가 많습니다.

 

 익히 알고 있듯, 장음계는 제3 ~ 4음, 제7 ~ 8음 사이가 반음(= 단2도 음정)으로 되어 있습니다(악보6). 이들 반음 간격은 선율적·화성적으로 중요한 기능을 합니다. 제7음을 '이끔음(leading tone ☞ 위 악보5)'이라 부르는 것은 이 음이 음계계(音階系)의 태양과 같은 존재인 으뜸음의 중력에 이끌리어 제8음(으뜸음)으로 진행해 가려 하는 강한 견인력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제7 ~ 8음 사이에 작용하는 그와 같은 인력은 바로 그 반음 간격으로 인해 으뜸음의 중력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 데 기인하는 것입니다.

 

                                                      악보6. 장음계

 

 선율선을 으뜸음으로 이끌어 가는 그와 같은 이끔음의 견인력은 선율적·화성적 마침(cadence ☞ p.42, 마침꼴)을 확실하게 해 주는, 서양음악의 수직적 다성 구조에 수평적 역동성을 부여하는 동력원(動力源) 중의 하나라 하겠습니다.

 단음계의 기본형은 제2 ~ 3음, 제5 ~ 6음 사이가 반음으로 되어 있어서 제3 ~ 4음, 제7 ~ 8음 사이가 반음으로 되어 있는 장음계와 뚜렷이 구별됩니다. 이 기본형의 단음계를 '자연 단음계(natural minor scale)'라고 합니다(악보7).

 

                                      악보7. 자연 단음계  ― a(가) 단조

 

 그런데, 자연 단음계는 제7 ~ 8음 사이가 온음(= 장2도 음정)이어서 선율을 으뜸음으로 이끌어 가는 이끔음(leading tone)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로 인해 선율적·화성적 마침의 기능이 장음계만 못합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7음을 반음 올려 이끔음으로 만든 음계를 고안해 내게 되었는데, 이를 '화성 단음계(harmonic minor scale)'라고 하며 이는 주로 단조의 화음(화성)과 관련하여 사용됩니다(악보8).

 

                                  악보8. 화성 단음계  ― a(가) 단조

 

 화성 단음계는 제7음을 반음 올린 탓에 제6 ~ 7음 사이가 노래하기에 자연스럽지 못한 증2도 음정으로 되어 있습니다. 기왕 내친 김에, 화성 단음계의 제6음까지도 반음 올려버리면 이 증2도 음정이 장2도 음정(= 온음정)으로 되어 선율적 어색함이 해소됩니다(악보9). 그렇긴 하지만, 그리하면 제2 ~ 3음, 제7 ~ 8음 사이가 반음 간격인 음계가 되어버리므로 장음계와의 차이란 고작 제2 ~ 3음 사이가 반음 간격이라는 점뿐입니다. 그만큼 장음계에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악보9. 화성 단음계의 증2도 음정 해소  ― a(가) 단조

 

 한데, 제7음의 이끔음으로서의 자질은 으뜸음(제8음)으로 상행해 갈 때에만 필요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음계가 하행할 때에는 제7 ↔ 8음 사이를 굳이 반음 간격으로 할 필요가 없는 셈입니다. 해서, 음계가 상행할 때에만 제6, 7음을 반음씩 올리고 하행할 때에는 자연 단음계를 그대로 사용하면 단음계로서의 성격도 그런대로 보존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하여 만든 음계를 주로 단조의 선율(멜로디)에 사용하게 되었는데, 이를 '가락 단음계(melodic minor scale)'라고 합니다(악보10).

 

                                         악보10. 가락 단음계 ― a(가) 단조

 

 참고로, 장음계에도 '화성 장음계'와 '가락 장음계'가 존재함을 주장하는 이들이 있지만, 조바꿈 등에서나 그 예를 가까스로 찾아볼 수 있는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장조에 있어서는 선율이든 화성이든 모두 자연 장음계를 주로 사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