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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징(phrasing)이란

 

 흔히 동기(motive)는 2마디, 작은악절(Phrase)은 동기의 두 배인 4마디, 큰악절(period, sentence)은 작은악절 두 개가 합쳐진 8마디의 길이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와 같은 규칙에 부합되지 않는 예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특히 고전파와 낭만파 음악은 대개 그와 같은 규칙성을 보여 줍니다. 큰악절을 구성하는 두 개의 작은악절(프레이즈) 중, 앞의 것은 테제(Thesis) 또는 앞작은악절(Antecedent Phrase)이라고 하며 뒤의 것은 안티테제(Antithesis) 또는 뒤작은악절(Consequent Phrase)이라고 합니다. 앞작은악절과 뒤작은악절은 흔히 '질의↔응답' 또는 '진술(statement)↔확인(confirmation)'의 대화형 관계를 가집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작은악절도 있습니다. 프레이징이란 바로 이들 프레이즈(앞작은악절과 뒤작은악절, 또는 그 밖의 작은악절) 단위를 구분하여 연주하는 그루핑의 기법입니다.

 흔히 프레이징을 「숨을 쉬는 것」이라 말하기도 합니다. 관악기 연주자나 성악가는 실제 프레이즈의 끝 음을 음가(音價)보다 짧게 끊고 음가의 나머지 부분을 호흡에 사용하는데, 이로부터 유래된 말이라 하겠습니다. 생리적 호흡에 구애 받지 않는 기타나 피아노와 같은 악기의 연주자에게 있어서도 성악가의 호흡을 모방하는 것은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프레이징 기법 중 하나입니다(※ 프레이징 기법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는 제194페이지의 프레이징 기법에 대한 글과 관련 악보 예들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음악에 몰입하여 연주하다 보면 (호흡에 구애 받지 않는 악기인) 기타나 피아노 등의 연주자에게 있어서도 생리적 호흡과 프레이징이 서로 밀접한 연관성을 갖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요약하여 정의한다면, 프레이징이란 문장에 있어서의 쉼표(,)나 마침표(.)처럼 음악 어법에 있어서의 프레이즈(작은악절)라는 구문(構文, construction of sentences)적 단위를 표시하는 표현 방법에 해당합니다.

 음악에도 말이나 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구문적 구조가 존재합니다. 말이나 글에 있어서의 단어, 구, 절, 문장, 문단 등의 구문적 요소들처럼 음악에도 동기(또는 부분동기)와 그 발전, 작은악절, 큰악절, 그리고 문단(文段, paragraph)에 대응하는 악단(樂段, part) 등이 있습니다. 이들을 구성 요소로 하는 구문적 구조가 엄연히 존재할 뿐만 아니라, 말과 글의 운율에 상응하는 리듬도 있어서 '음악 어법'이라는 표현이 과히 어색하지 않습니다.

 

레이즈의 마침꼴

 큰악절(period)이나 작은악절(phrase)의 뒤끝은 마침꼴(cadence)이라는 일련의 화성 진행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마침꼴이란, 이미 <조성(調性, tonality)과 조성 확립(p.41)> 그리고 <조바꿈(p.44)>항에서 이야기한 바 있는 ‘마침꼴’과 같은 유(類)의 것입니다. 마침꼴 ― 대개는 두 개의 화음이 연결된 것 ― 이 문장에 있어서의 구두점 같은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마침꼴이라는 명칭이 말해 주듯 이들은 마치 (문장에서의) 쉼표나 마침표에 해당하는 느낌을 줍니다. 선율선만으로는 악절 구분이 잘 되지 않는 복잡한 구조의 곡일지라도 마침꼴을 살피면 확실한 구분이 가능해집니다. 마침꼴(또는 마침법)에는 다음과 같은 종류가 있습니다. (아래의 내용이 어렵게 생각되는 친구들은 제28페이지의 <음악 이론 잠깐 엿보기>항을 다시 한 번 읽어 보거나, 아니면 다음을 기약하고 곧바로 제69페이지의 <아티큘레이션> 관련 설명으로 건너 뛰어도 무방합니다.  그러나, 차분하게 읽어 나간다면 초보 친구들에게도 결코 어렵지 않은 내용입니다.)

바른마침(正格終止, Authentic Cadence): V(7) ― I

벗어난마침(變格終止, Plagal Cadence): IV ― I

     ※ 벗어난마침을 '아멘마침(Amen Cadence)'이라고도 합니다.

 

반마침(半終止, Half Cadence): I ― V 또는 x ― V

          ※ x는 불특정 화음을 의미함.

 

프리기아 마침(Phrygian Cadence): ?  ?, 아래에서 설명함.

거짓마침(虛僞終止, Deceptive Cadence): V(7) ― VI

 

 바른마침에는 「갖춘 바른마침(Perfect Authentic Cadence)」과 「못갖춘 바른마침(Imperfect Authentic Cadence)」이 있습니다(악보45). 갖춘 바른마침이란 바른마침 중에서 V(7)I의 베이스가 모두 밑음이고 I의 소프라노 성부(또는 최상위 성부)는 으뜸음인 것을 말하며, 못갖춘 바른마침이란 V(7) 또는 I의 베이스가 밑음이 아니거나 I의 소프라노 성부가 셋째음(3rd, 계이름으로는 미) 또는 다섯째음(5th, 계이름으로는 솔)인 것을 말합니다.

 

                                  악보45. 갖춘 바른마침과 못갖춘 바른마침

 

 마침꼴의 화음 중, 흔히 V 대신 V7이 사용되기도 하며, 또한 V7 대신 VII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VII은 밑음을 생략한 V7과 같습니다 ☞ p.44, 악보31 ― V의 대용화음). 단, 반마침의 V는 7화음이 아닌 3화음(V)이 보편적이지만, 7화음(V7)이 사용된 예도 더러 보게 됩니다. 그리고, 매우 드문 경우이나 반마침에 I ― V 대신 I ― IV가 사용되기도 합니다(예 ☞ 아래 p.59의 악보51).

 프리기아 마침을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중세로부터 16세기까지 현재의 음계처럼 사용되었던 「교회 선법(church modes)」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나, 교회 선법이란 것이 현재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것인데다 프리기아 마침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 이 책의 내용과 관련이 있는 사안도 없고 해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기로 합니다. 교회 선법을 모른다 해서 초·중급 단계에서 당장 우리 친구들이 아쉬움을 느낄 일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거두절미하고 프리기아 마침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설명하기로 합니다. 이하 내용에서 교회 선법과 관련하여 낯선 단어를 접하게 될 때는 「그런 게 있나 보구나」하는 정도로 지나쳐도 무방하겠습니다.

 

     ※ 현재의 장·단음계에 의한 음계 시스템은 바로크 시대(≒ 1600 ~ 1750년)부터 사용된 것이며, 그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고대 그리스로부터 르네상스 시대까지는 시대별로 7, 8 또는 12개의 선법(旋法, mode)으로 구성된 유사(類似) 음계 시스템이 사용되었습니다. 각각의 선법은 순차적 온음계 음렬로서, 기본적으로 1옥타브로 되어 있습니다. 이를테면 교회 선법 중 도리아 선법(Dorian mode)은 레(d)에서 한 옥타브 위의 레(d’)까지, 프리기아 선법(Phrygian mode)은 미(e)에서 한 옥타브 위의 미(e’)까지입니다. 이들 하나하나의 선법들을 모두 합치면 2옥타브 또는 2옥타브를 약간 상회하는 (피아노의 흰 건반만으로 된) 온음계의 음렬이 됩니다. 그러므로, 개개의 선법은 전체 2옥타브 정도의 온음계 음렬 중 어딘가의 1옥타브에 해당하는 식입니다. 해서, 이동 도법이나 조옮김 등의 개념은 없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12 교회 선법(12 church modes)이 사용되었으며, 그중에서 이오니아 선법(Ionian mode)은 오늘날의 장음계로, 에올리아 선법(Aeolian mode)은 단음계로 발전하게 됩니다.

 

 프리기아 마침은 16세기까지 사용되던 교회 선법의 하나인 프리기아 선법(Phrygian mode)에서의 마침꼴인데, 그 밖의 교회 선법의 마침꼴들은 이후의 음악에 계승되지 않았으나 유일하게 「프리기아 마침」만이 18세기 이후까지도 살아남아 반마침의 일종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프리기아 마침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면 다음과 같은 것입니다. 프리기아 마침이란 원래 프리기아 선법에서는 VII ― I의 마침이지만, 장·단조의 조성 음악에서는 a(가)단조의 반마침인 IV6 ― V에 해당합니다. 프리기아 마침의 특징적인 점이라면 다름아닌 단2도(= 반음) 하행하는 「하행 이끔음」과 피카르디 3도(Picardy third)를 들 수 있습니다(악보46, 악보47, p.59의 악보52).

 

                          

                           악보46. 프리기아 마침(Phrygian cadence)

 

   악보47. 프리기아 마침 ― 카르카시 기타 교본 제3부 23번, 모데라토(전곡 ☞ p.283)

 

 현재의 서양 음계를 사용하는 음악(조성 음악)에서는 제7음이 단2도 상행하여 으뜸음에 도달하려 하는 성향, 즉 그 견인력에 의한 해결(마침)의 느낌이 마침꼴의 기능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으며, 그러한 이유로 제7음을 「이끔음(leading tone)」이라고 부릅니다. 프리기아 마침에서는 단2도 하행하는 「하행 이끔음」이 그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피카르디 3도란 「단3화음의 으뜸화음을 가지는 교회 선법」이나 단조의 곡에서 마침 화음으로 단3화음이 아닌 장3화음으로 된 으뜸화음이 사용된 경우, 이 마침 화음의 (단3도를 대신하는)장3도의 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단3화음의 으뜸화음을 가지는 교회 선법」에는 도리아 선법(Dorian mode), 프리기아 선법(Phrygian mode), 에올리아 선법(Aeolian mode)이 있습니다.

 초·중급 단계의 우리 친구들에게는 프리기아 마침이나 피카르디 3도 등에 대해서라면 이 정도로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학구열에 불타는 친구라면 스스로 좀더 알아본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습니다.

 이상의 마침꼴 중에서 실제 큰악절이나 작은악절을 위한 구두점으로 흔히 사용되는 것은 바른마침과 반마침(프리기아 마침 포함) 정도입니다.

 큰악절(period)은 뒤작은악절(Consequent Phrase)로 끝나므로 큰악절과 뒤작은악절의 마침꼴은 사실상 동일합니다. 큰악절(또는 뒤작은악절)은 반드시 그렇다고까지는 할 수 없으나 갖춘 바른마침을 원칙으로 하는데, 이를테면 II6(또는 IV) ― I ― V(7) ― I의 화성 진행은 고전 음악에서 흔히 사용되는 전형적인 갖춘 바른마침의 하나입니다(악보48). 마침꼴은 원래 이들 중 마지막 두 화음(V(7) ― I)만으로도 성립합니다. V(7)에 앞서 등장하는 II6(또는 IV) ― I 등은 조성 확립과 종결감의 강화를 돕고 또한 V(7)로 자연스럽게 연결해 가기 위한 일종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화음들입니다. 이들을 '접근 화음'이라 합니다.

 

              

                                악보48. 갖춘 바른마침과 접근 화음

 

 앞작은악절(Antecedent Phrase)은 흔히 반마침이나 못갖춘 바른마침 또는 딸림조(dominant key)나 가온조(mediant key) 등 근친조(relative key)의 바른마침으로 되어 있습니다만, 으뜸조(또는 뒤작은악절과 동일한 조)의 갖춘 바른마침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갖춘 바른마침을 '독립적 마침'이라 하며, 반마침이나 못갖춘 바른마침을 '비독립적 마침'이라 합니다.

 이상과 같이, 2가지 화음의 연결을 기본으로 하는 마침꼴(cadence)은 마치 문장에서의 쉼표(비독립적 마침)나 마침표(독립적 마침)와 같은 역할을 음악에서 수행합니다.

 큰악절 역시 으뜸조가 아닌 딸림조나 가온조 등 다른 조의 ― 주로 근친조의 ― (독립적)마침으로 끝나기도 하는데, 이를 ‘비독립적인 큰악절’이라고 하며 언제나 더 큰 형식의 한 부분을 이룹니다. (※ 비독립적 마침과 비독립적인 큰악절을 혼동하지 않도록 합니다.)

 

프레이즈의 마침꼴에 대한 정리

큰악절(또는 뒤작은악절): 으뜸조, 또는 딸림조 가온조 병행조(☞ p.41, 참고: 병행조) 등 근친조의 갖춘 바른마침.

앞작은악절: 반마침, 못갖춘 바른마침, 다른 조(근친조)의 바른마침, (드물게) 으뜸조(또는 뒤작은악절과 동일한 조)의 갖춘 바른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