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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큘레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아티큘레이션(또는 그루핑)은 여러 가지 음악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습니다. 아티큘레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음악적 요인이란 구체적으로 선율과 화성 그리고 리듬적 요인으로 대별해 볼 수 있습니다.

 

선율과 아티큘레이션

 순차진행하는 선율은 요철이 없이 유연하게 흐르므로, 긴장감이 없는 레가토와 잘 부합됩니다. 반면에 도약진행은 레가토의 유연성과 부드러움보다는 논·레가토류(類)의 생기나 힘 무뚝뚝함 투박함 날카로움 또는 긴장감 등이 어울립니다(※ 순차진행, 도약진행 ☞ p.45, 선율 진행의 유형).  (※ 논·레가토류란 논·레가토 성향의 모든 타법을 가리킵니다. 이를테면, 논·레가토를 비롯하여 스타카토 스타카티시모 마르카토 등.) 레가토가 부드럽게 노래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데 비해 논·레가토류는 매우 다양한 느낌과 표정이 가능한, 팔레트에 담긴 물감 같은 것이라 하겠습니다. 그래서 흔히 순차진행은 레가토로, 도약진행은 논·레가토로 연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바흐 음악의 경우, 일반적으로 순차진행은 레가토, 좁은 간격의 도약진행은 논·레가토 또는 포르타토(portato), 넓은 음정의 도약진행은 스타카토를 적용하는 식의 해석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그러나, 위와 반대로 순차진행을 스타카토로 끊어서 연주하거나 도약진행을 레가토로 이어서 연주하도록 지시되어 있는 ― 작곡가 자신이 지시 해 둔 ― 예도 적지 않은데, 그와 같은 아티큘레이션이 선율의 특성에 잘 부합될 때는 독특한 표정이나 느낌을 자아내어 오히려 더욱 매력적으로 들리기도 합니다.

 상행 또는 하행으로 직진(直進)하는 (순차진행의, 그리고 균등한 음가의) 음계형 선율은 다른 이유가 없는 한 나누지 않고 그 전체를 하나로 그루핑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예 ☞ p.129 악보100의 f, p.165 악보139의 ‘선율 접속’). 반음계 온음계를 불문하고, 직진 음계로 된 균등한 음가의 음렬은 개개의 음에 음계의 다음 음으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으뜸음으로 진행해 가려 하는 관성(慣性)을 가진 힘이 균등하게 작용하고 있어서 그 내부의 음 간에는 마디(節, node)가 될 만한 곳이 없고 따라서 운율적 그루핑의 성향이 희박합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순차진행의 선율에 있어서 그 진행 방향이 상행에서 하행으로 또는 하행에서 상행으로 바뀌는 것은 그루핑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선율의 진행 방향이 바뀌게 되면 으뜸음을 향하는 관성의 방향이 (상행에서 하행으로 또는 그 반대로) 전환되므로 그곳이 마디(node)가 되어 그루핑이 나누어지는 경향이 없지 않습니다.

 분산화음형의 선율 역시 화음으로서의 태생적 결속력이 각 음에 균등하게 작용하고 있어서 그 내부의 음 간에는 운율적 그루핑의 성향이 희박합니다. 즉, 나누지 않고 하나로 그루핑하는 것이 적합한 속성을 가집니다(예 ☞ p.107, 악보81, 악보82).

 

성과 아티큘레이션

 불협화음의 긴장감은 이어지는 협화음(해결 화음)에 의해 해소됩니다. 불협화음과 그 해결 화음은 횡적으로 긴밀한 관계에 있으므로 이들을 연결하여 하나로 그루핑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앞꾸밈음(appoggiatura)이나 걸림음(suspension)과 같이 센박에 사용되는 비화성음과 그 해결음 사이는 더욱 그렇습니다.

앞꾸밈음(또는 걸림음)과 그 해결음 간의 연결

 악보73의 제2마디 제1박의 레(D)는 앞꾸밈음(appoggiatura ☞ p.99, 참고: 앞꾸밈음과 걸림음)입니다. 앞꾸밈음은 악센트를 가하여 강조하고 이어지는 해결음은 데크레센도로 연주하는 것이 상례입니다. 앞꾸밈음이나 걸림음은 긴장을 조성하며 해결음은 그 긴장을 해소하고 이완시킵니다. 앞꾸밈음(또는 걸림음)과 그 해결음은 마치 한 단어를 구성하는 음절들이기나 한 것처럼 횡적 결속력을 가진, 연인과 같은 관계입니다. 그러므로 이들은 하나로 묶어서 ― 이음줄(슬러)로 연결하여 ― 연주해야 합니다. 예외적인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그렇다고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악보73. 앞꾸밈음과 해결음 간의 연결

 

 앞꾸밈음 앞의 상박(上拍, Auftakt, upbeat)에 해당하는 음을 앞꾸밈음과 연결하지 않고 끊어서 연주하면 앞꾸밈음이 강조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악보74). 이와 같은 예는 바흐 음악이나 그 밖의 고전 음악에서 많이 찾아 볼 수 있습니다.

 프레이즈의 문법적(화성적) 구두점이라 할 마침꼴의 화성 진행 역시 그 화성적 긴밀성으로 인해 얼마간은 횡적 결속력을 갖습니다(※ ☞ p.52, 프레이즈의 마침꼴).

 

                                 악보74. 상박과 앞꾸밈음 사이의 단절

 

참고: 앞꾸밈음과 걸림음p.98

     앞꾸밈음과 걸림음에 대해서는 지난 제49페이지 <센박의 비화성음>난에서 간단히 설명한 바 있으나, 그 음악적 비중이 크므로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추가하기로 합니다.

     앞꾸밈음(appoggiatura)은 센박에 위치하는 비화성음입니다. 앞꾸밈음은 화성음보다 2도 위나 아래의 음이어서, 순차적으로 하행하거나 상행하여 화성음(해결음)에 도달하게 함으로써 그 불협화를 해소합니다(악보75). 이를 해결이라 합니다. 예비음(또는 준비음, preparing tone)이 생략되어 있는 것이 아래의 걸림음(suspension)과의 차이입니다.

악보75. 앞꾸밈음(appoggiatura)

     앞꾸밈음은 불협화로 센박에 긴장감을 조성함으로써 스스로 잘 드러나는 특징을 가집니다. 따라서, 특히 선율적으로 강조하고 싶은 음이나 화성적 긴장이 필요한 곳에 주로 사용됩니다. 앞꾸밈음에 의한 불협화가 해결음에 의해 협화음으로 해결될 때의 긴장이 해소되는 느낌은 선율에 드라마틱한 매력을 더해 줍니다.

     앞꾸밈음과 동일한 음 ― 동음(同音) ― 이 앞꾸밈음에 앞서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예비음이라 하는데, 예비음은 앞꾸밈음의 긴장감을 반감시킵니다(아래 악보76). 하지만, 예비음이 존재하면 보다 자연스럽게 (앞꾸밈음의) 긴장이 유도되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예비음을 가진 앞꾸밈음」이 「예비음이 생략된 앞꾸밈음」에 비해 더 전통적인 형태의 것이라 하겠습니다. 「예비음을 가진 앞꾸밈음」을 「예비된 앞꾸밈음(prepared appoggiatura)」이라 하여 여전히 앞꾸밈음으로 간주하기도 하나, 걸림음으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통상적인 걸림음(아래 악보77)의 경우 예비음과 걸림음 사이가 붙임줄(tie)로 이어져 있어야 합니다. 한데, 악기로 연주할 때에는 붙임줄로 연결된 음일지라도 그것을 노래할 때에는 가사에 따라 두 음이 분리되기도 합니다. 예비음과 걸림음에 각기 한 음절씩의 가사가 할당되어 있다면 말입니다. 따라서 걸림음으로 보는 견해에도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악보76. (예비된) 앞꾸밈음, 또는 걸림음

     「(예비된) 앞꾸밈음」이 예비음과 붙임줄로 연결되면 걸림음(suspension)이 됩니다(악보77). 따라서 불협화의 정도와 긴장감은 좀더 약화되어 버립니다. 설상가상으로, 기타나 피아노와 같이 소리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급격히 잦아드는 악기에서는, 예비음의 음가가 길 경우 걸림음에 의한 불협화란 듣는 이의 기억에 의존하여 가까스로 체면치레나 하는 관념적인 성격을 띠게 됩니다. 그러므로 필요하다면 오히려 붙임줄을 관념상의 것으로 돌리고, 걸림음 자체는 다시 퉁기거나 울려서 소리를 현실화하는 것이 더 음악적일 경우도 있습니다. 걸림음 역시 센박에만 사용되는 비화성음이며 그 해결 방법도 앞꾸밈음의 경우와 동일합니다.

악보77. 걸림음(suspension)

     걸림음에서는 붙임줄로 인해 싱커페이션(syncopation)되어 악센트가 걸림음이 아닌 예비음 쪽으로 이동합니다. 걸림음이 화성적 긴장을 조성하여 박을 강조하는 것이 본분인 센박의 비화성음이기는 하나 싱커페이션에 의해 셈·여림이 뒤바뀐 처지에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화성적인(homophony) 곡에서는 이 싱커페이션을 반영하여, 걸림음과 함께 울리는 센박의 화음에 대해 센박으로서의 강세를 자제하여 연주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하여 걸림음과 화성적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해결음은 걸림음에 이어 데크레센도로 연주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이는, 비록 싱커페이션되어 있긴 하지만 걸림음이 위치하는 박은 여전히 센박으로서의 품격을 웬만큼은 유지하고 있음을 말해 줍니다. 이때, 기타나 피아노와 같이 울려진 소리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급격히 잦아드는 악기와 그렇지 않은 악기(오르간이나 오케스트라 등등) 간에는 뒤나믹에 있어서 악기적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대위법적인 다성 음악(polyphony)에서는 각 성부가 독립성을 유지해야 하므로, 예비음과 걸림음이 속한 성부의 싱커페이션과 관련하여 나머지 다른 성부들에 대해서는 수직적(화성적)인 공조(共助)와 수평적(선율적)인 독자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정교한 처리가 요구됩니다, 세련된 음악적 감각이 필요한.

 

 

 리듬과 아티큘레이션

 리듬은 음악의 3요소(선율 화성 리듬) 중에서 아티큘레이션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리듬은 다름 아닌 아티큘레이션의 골격 구조, 마디뼈와 관절로 된 골격 구조에 해당합니다. 리듬이란 기악에 있어서는 운율 그 자체라 할 수 있습니다. 한데, 운율적 아티큘레이션이란 바로 운율의 패턴(음보)을 따라 형성되는 속성을 가지며, 구문적 아티큘레이션 역시 그러한 운율적 아티큘레이션을 그 내부에 포함합니다. 자세한 것은 아래 항에서 점차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게 됩니다.

 그 밖에 아티큘레이션에 영향을 주는 리듬적 요인으로서, 균등한 리듬(예: )은 레가토()의 유연함이 어울리며, 균등하지 못한 리듬()은 스타카토()의 분명한 발음이 제격입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점음표는 스타카토가 적절할 때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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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아티큘레이션의 세 가지 유형(類型)인 운율적 아티큘레이션, 구문적 아티큘레이션, 그리고 표현적 아티큘레이션에 대하여 순서대로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